다르게 보고 다르게 놀기

최성문 기자 / 한국연극 2008년 8월호 / 2008-08-10

다르게 보고 다르게 놀기 [아동극, 꿈꾸는 무대]

한국연극 2008년 8월호

체험예술공간 꽃밭 종이창문

서로 다른 예술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은 오래전부터 시도되어 왔습니다. 그것은 실험적이고 새롭다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다르게 보기’에서 멈추지 않고 ‘다르게 놀기’를 경험시키는 연극은 관객들에게 또 다른 마음을 가지게 합니다. 그것은 호기심 많은 아이를 사랑하는 배려에 대한 고마움입니다. 첫 만남이 될 수도 있는 연극공연에서 재미와 사랑을 모두 경험하는 것만큼 가장 큰 감동은 없을 것 같습니다.

체험예술공간 꽃밫이 만든 <종이창문>은 현재 국내외 유수연극제에 초청되는 등 많은 관심을 받는 작품입니다. 미디어 영상드로잉 체험퍼포먼스라는 부제가 붙은 <종이창문>은 미디어 영상장비와 화가의 손 그림을 결합시켜 상상의 공간을 만듭니다. <종이창문>은 옛날 유리가 없던 시정, 종이창문으로 비추던 달빛 그림자의 모습을 보며 꿈꾸어보았을 환상의 나라로 여행을 떠납니다. 무대에는 새하얀 벽만 존재합니다. 관객석 맨 앞줄에는 영상장비와 그림들, 하얀 종이와 각종 그림도구가 놓여있습니다. 연극은 ‘점, 선, 이상한 계단’이라는 세 개의 주제로 진행됩니다. 화가는 구성에 맞는 그림을 즉석에서 그리고, 카메라를 통해 벽에 비칩니다. 화가가 배우의 코에 점을 찍는 것은 모기가 되어 날아다니고 동그란 원은 골프공, 배구공, 농구공, 축구공이 되어 배우의 연기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입니다. 선을 그리면 배우는 마치 창살을 잡은 듯 던집니다. 감옥문이 되기도 하는 선은 우리 안에 있는 마음의 감옥을 잠시 생각하게도 합니다. 이상한 계단에서는 배우가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며 유머 잇는 연기를 펼칩니다. 배우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이 마음껏 폭소를 터뜨리게 합니다. 재미있는 구성은 장면 사이에 있는 ‘간식시간’인데 고구마, 바나나와 같은 먹거리들이 화가가 그린 그림과 조화를 이루며 낙하산이나 몸 일부분으로 펴현됩니다. 연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관객들이 직접 체험하는 놀이시간으로 이어집니다. 관객은 배우가 되어 화가의 그림어우러져 환상의 세계를 직접 경험합니다.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 배경음악에 아이들은 화가가 그린 비를 맞기도 하고 대걸레를 붓처럼 들고 움직이며 다양한 색깔을 벽에 색칠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마술적 세계는 화가가 현장에서 그리는 그림과 영상의 도움으로 가능해 집니다.

글_최성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