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밀머리 미술학교 시범사업 현장:
소담한 밥상으로 풍성한 관계를 만들어간다

오희정 (아르떼 웹진 경기통신원) / 아르떼 웹진 / 2005-07-25

몸으로 표현하는 퍼포먼스 중 오브제 물체극 수업 모습 몸으로 표현하는 퍼포먼스 중 오브제 물체극 수업 모습

글_오희정 (아르떼 경기도 통신원)

경기도 여주 점동고 2학년 2반 학생들이 선생님, 부모님, 동네 어르신, 지역 관계기관의 행정가, 시민단체 및 봉사단체 구성원들을 초대하여 한 끼의 식사를 나누고 서로 대화하는 작은 파티를 열었다. <우문현답>이라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여주 지역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 주관단체인 밀머리 미술학교의 2005년 학교연계 프로그램이다. 세대 사이, 지역사회 사이 등 고정관념 때문에 딱딱해진 여러 방면의 관계를 넘어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파티’를 통해 자리를 마련,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지난해 버려진 버스를 마을 사람들을 위한 쉼터로 디자인하는 작업에도 참여한 경력이 있던지라 아이들은 이미 만반의 준비가 된 듯했다. 작게는 파티 초대장, 의상, 식기와 컵, 파티장 꾸미기, 식사 메뉴 선택, 선물 준비부터 크게는 놀이와 대화를 위한 진행 준비, 함께하는 프로그램 만들기, 함께 볼 영상 등을 준비하는 밀머리에서의 특별한 하루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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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시작 2시간 전

더워서 땀이 나도 또 움직이고 싶은 - 몸으로 표현하는 오브제 물체극 팀 옆 컨테이너로 자리를 옮기자, 아이들과 편한 운동복 차림의 선생님 한 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아이들 몸 풀기 워밍업 중. “자, 여기가 무대다. 너희는 음악 소리가 나면 무대에 선 모델처럼 걸음을 걸어보는 거야. 그리고 너희들이 걷는 중에 선생님이 손뼉을 ‘짝’ 하고 치면 그 동작을 가만히 정지해보자. 그리고 그 순간을 아주 편안히 느껴보는 거다.” 한 아이가 핸드폰에서 음악을 선곡하여 짠~ 튼다. 아이들은 한 명씩 그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그러나(역시나) 생각과 행동의 불일치. 아이들은 변신해야 하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눈이 의식되기도 하여 어색해 하며 잠시 주춤하기도 한다. 그러나 곧 선생님과 아이들의 호흡은 조금씩 맞아 들어가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춤을 추듯 걸음을 걷기도 하고, 박수 소리와 함께 잠시 마네킹처럼 몸을 정지시켜 보기도 한다. 아이들과 선생님은 오늘이 두 번째 만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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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시작 1시간 30분 전 작은 공간 속에서 웅크리다 - 나만의 캐릭터 만들기에 한창인 오브제 물체극 팀

“아이들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늘 이렇게 찾아오시는 손님들 앞에서 무언가 내보여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해요. 하지만 아이들이 매 시간 즐겁게 참여하고, 긍정적인 몸짓으로 변해가는 것이 눈에 보여요. 그것이 참 좋습니다.” -오브제 물체극 담당 이철성 선생님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장소를 옮겨 한창 파티장 으로 꾸며지고 있는 컨테이너 교실 한쪽 정리장 앞에 모인다. 그런데 녀석들이 갑자기 그 작은 정리장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파티가 시작되면 아이들은 여기 정리함 앞의 공간을 무대 삼아 오늘 준비한 퍼포먼스 하나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철성 선생님과 아이들은 벌써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연습에 몰입해 있다.

작고 좁은 정리장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아이들 작고 좁은 정리장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아이들은 밖으로 나오면서 새로운 그 무엇으로 변한다

작고 좁은 정리장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몇 명의 아이들. 두 명의 사회자가 관객들을 향해 “이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을 한 명씩 밖으로 꺼내 놓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박수를 쳐주시면, 이 사람들은 새로운 그 무엇으로 바뀔 거예요.” 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면 나머지 아이들은 한 명씩 그 작고 좁은 정리장 속의 아이들을 꺼내는 작업을 하게 된다.

어떤 아이는 박수 소리에 맞춰 일어나 ‘납량특집극’ 패션인 귀신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고, 어떤 아이는 관객의 귀에 이어폰을 끼워주며 “같이 들으실래요?”라며 작업을 걸 것이라고 했다. 모두가 정리함을 쑤욱 빠져나와 힘없는 젤리처럼 늘어져 있다가 박수 소리와 함께 새로운 형상으로 바뀌며 자신을 소개하는 작업이다. 어색하긴 할 테지만 모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무엇으로 나를 표현해야 할까.

아이들은 마구 수줍어하고 있다. 처음 시도하는 퍼포먼스인데다가, 내성적이고 남 앞에 서는 것을 낯설어했던 녀석들인지라 기대 반, 떨림 반에 가슴이 콩닥콩닥뛰고 있어 보인다(같이 연습하는 것을 지켜본 나도 피부로(?) 느껴진다). 그래도 아이들은 원래 실전에 강한 법. 연습은 충분히 해놓았고, 아이들 각자에게는 숨겨진 끼가 있다. 그걸 믿고 아이들은 분장에 돌입한다.